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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 문화를 여성으로 묘사한 엽서… 일제의 지배적인 시선 드러낸 것”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24-01-24 11: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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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사진엽서…’ 낸 최현식 교수

“하늘을 나는 ‘제로센’ 전투기와 남한산성 수어장대를 나란히 묘사한다든지, 일장기를 든 사람들이 조선에서 출정하는 병사들을 환송한다든지…. 소식을 전하는 엽서는 친밀성이 강한 사적 매체인데 거기에 전쟁을 홍보한다는 것이 모순적이고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를 펴낸 인하대 국어교육과 최현식 교수. 그는 "엽서에는 지배 권력의 화려함과 날카로움이 동시에 드러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인하대 국어교육과 최현식 교수는 일제강점기 사진엽서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성균관대 출판부)를 펴냈다. 일제시대에 식민지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경주·금강산 같은 명승지나 조선의 문물을 사진과 그림으로 소개한 엽서들이 등장했다. 그것이 단순한 여행 기념품이 아니라 이국 정취라는 외피 속에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숨긴 선전 매체였음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수집한 엽서가 800장쯤 된다”고 했다. 그중 100여 장을 책에 수록했다. ‘조선적인 것’의 이미지에 노랫말을 함께 소개한 형식이 많다. 예컨대 ‘조선민요’ 엽서엔 석굴암 본존불, 사과 따는 조선 여성의 사진과 함께 임을 기다리는 여성의 마음을 담은 가사가 등장한다. “일제는 무너진 석굴암을 재건해 관광지로 만들고 본존불의 미를 여체에 비유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 엽서는 수동적·여성적 존재인 조선과 그걸 바라보는 지배적·남성적 일본의 시선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요라고 돼 있지만 노랫말도 김소운 시인이 당시 펴낸 민요책에는 나오지 않아서 일본인들이 창작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리랑 가사가 한글과 일본어로 병기된 '조선풍속과 아리랑 노래'.

전차가 지나가는 남대문(숭례문) 풍경에 엿장수 조선 소년의 모습을 겹친 엽서처럼 발달된 근대와 낙후된 조선을 대비하는 전략도 관찰된다. 최 교수는 “내선일체를 주장하고 식민지로 점유하는 동시에 조선을 이질적 존재로 배척했던 일제의 모순적 시선이 드러난다”고 했다.

석굴암 본존불과 과일 따는 여인을 소개한 '조선민요' 엽서.

그런 전략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엽서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아리랑은 1930년대에 금지곡으로 지정됐지만 일본에 전해져 레코드로 발매됐다”면서 “조선의 목소리로 부르는 아리랑은 일본에 의해 번역되거나 각색되지 않은 조선 고유의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학원 수업에서도 엽서를 활용한다고 했다. 100년 전 엽서를 다시 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시 일본인들이 우리를 대했던 차별적 시선으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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