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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tter] 외국인 유학생 30만, 봉사로 한국을 배운다 [청년 자원봉사 넥스트랩]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25-11-21 11: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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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원봉사의 새 얼굴 ‘외국인 유학생’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세계 21개국 정상급 관료와 글로벌 기업인,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주하게 국제 의제를 나누던 회의장 밖 풍경은 조금 달랐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이 안내가 필요한 외국인들에게 통역과 함께 한국을 소개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외국인 청년들은 안내 표지판을 세우고, 외신 기자에게 길을 알려주고,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탑승객을 안내했다.

이들의 명찰에는 이름과 함께 국기와 가능한 언어가 영어로 쓰여 있었다. 이번 APEC을 준비하면서 조직된 유학생 자원봉사단이다. 자원봉사단은 경북 지역 대학교에 다니는 유학생 200명으로 구성됐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베트남, 태국 등 APEC 회원 12개국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등 비회원 3개국 등 15개국 출신으로 이뤄졌다.

28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중국 등 5개국 유학생들로 구성된 'APEC 자원봉사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글로벌 CEO 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중국, 몽골, 베트남, 우즈백키스탄, 키르키스스탄 등 5개국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28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중국 등 5개국 유학생들로 구성된 'APEC 자원봉사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글로벌 CEO 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중국, 몽골, 베트남, 우즈백키스탄, 키르키스스탄 등 5개국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자원봉사의 새 얼굴로 외국인 유학생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APEC 유학생 자원봉사단은 지난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사전 교육을 받았다. 자원봉사 구역을 나눠 회의장을 비롯해 황리단길, 첨성대, 고속버스터미널 등 경주 시내 주요 시설과 관광지에 배치됐다. 덕분에 외국인 방문객들은 거리에서 통역 헤드셋을 대신 유학생들 도움을 받아 경주를 둘러볼 수 있었다.

유학생 자원봉사, ‘진짜 한국’을 만날 기회

자원봉사 분야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와 맞물려 외국인 청년들을 자원봉사의 중요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거나 어학연수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30만 명을 넘는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30만5329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대학에 진학한 유학생(D-2 비자)이 22만5769명, 한국어 연수생(D-4-1)이 7만9500명, 외국어 연수생(D-4-7)이 60명이다.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인 2020년 15만3361명을 시작으로 2021년 16만3699명, 2022년 19만7234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3년 22만6507명으로 처음 20만 명을 돌파했고, 2년 만에 30만 명 선을 넘었다. 국내 대학생 수 301만 명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아지조바 피루자 인하대 다문화교육학과 박사는 자원봉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정착한 유학생 중 한 명이다. 한국에 온 지 8년 차다. 첫 3년은 연구와 교재 속 한국어가 전부였다.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교재로만 공부한 한국이 여전히 낯설었거든요. 동유럽 문화권에서 자란 저에게 한국 사회는 너무 빠르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가 봉사활동에 처음 참여한 건 2020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감이 심해지던 시기에 지역의 고려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멘토링에 참여했다. 피루자 박사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이 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했는데 사실은 내가 도움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엔요 티티는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연구원으로 서울에 머물고 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다가 밤이면 기숙사로 돌아가던 일상에 변화를 준 건 우연히 참여하게 된 봉사활동이다. 티티는 “연구실 사람들 외에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이 바로 봉사자였다”며 “외로움이 심했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친구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연등축제 같은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하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봉사라는 생각보다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생각으로 ‘성북구 청년 서포터즈’로 3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의욱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미국에서는 자원봉사를 이주민들이 미국 사회를 경험하게 하는 사회참여 과정으로 적극 활용한다”며 “봉사활동으로 특정 지역에 자신의 손길이 한번 닿고 나면 그 지역은 특별해지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속에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리’에서 ‘관계’로… 외국인 봉사 진입장벽 낮춰야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있지만, 한국을 모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대학 캠퍼스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는 생활 속에서 한국의 지역사회와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2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경산캠퍼스에서 열린 '추석 명절맞이 나눔 행사'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줄지어 떡과 음료를 받고 있다.
자원봉사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자원봉사를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월 2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경산캠퍼스에서 열린 '추석 명절맞이 나눔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 모습.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의 봉사 참여를 ‘이주민-정주민 관계의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 박주현 인하대 다문화교육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평생 거주할 생각은 없지만, 한국 생활 중에 어떤 계기가 있으면 계획보다 오래 머무르게 되고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게 된다”며 “그 연결점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핵심이고, 봉사활동이 사회와 연결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학생 전문기관인 ‘재한외국인 및 유학생지원센터’의 이소영 센터장은 유학생을 “수혜자가 아니라 사회 기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T나 과학 분야에 뛰어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가버리기도 한다”며 “우리 사회에 인재를 확보하는 관점에서도 자원봉사 참여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 봉사 확대를 위해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현 교수는 “봉사 프로그램 대부분 한국인이 기획하고 실행하다 보니 정작 봉사에 참여하는 유학생들의 관심이나 흥미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유학생들이 봉사활동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문화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유학생 참여를 위해 제도적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1365 자원봉사포털에 가입하려면 외국인등록번호와 휴대전화 인증이 필요한데, 단기 체류자나 교환학생은 등록이 어렵다. 이를 위해 임시 등록이 가능하도록 게스트 트랙을 마련하고, 다국어 안내 페이지와 보험 가입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지영 서울시성북구자원봉사센터 주무관은 "외국에서 유학 온 청년들의 자원봉사 수요는 높은데 활동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학이 유학생의 사회봉사를 교육과정·비교과 프로그램 등 제도화된 형태 등으로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유학생이 지역 구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센터·지자체·대학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thebutter.org/news/articleView.html?idxno=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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