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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시 : 2026-06-30 22:2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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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이주 역사는 어쩌면 소서노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고구려 건국에 힘을 보탠 소서노는 주몽의 친아들 유리가 등장해 왕위 계승 질서가 바뀌자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이 곳 미추홀로 왔다. 소서노를 오늘날의 법률적 의미에서 난민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변화로 권력의 중심을 떠나 새로운 공동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초기 정치적 이주민의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미추홀이라는 이름에는 이동과 이주, 정착과 개척의 기억이 담겨 있다.
인천은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도시다. 개항장의 조계지와 화교 공동체, 항만 노동자와 피란민,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이 도시의 지층을 만들었다. 침탈과 갈등의 관문이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와 음식, 종교와 생활양식이 뒤섞인 문화교류의 공간이었다. 오늘날 인천은 다시 이주의 도시가 됐다. 외국인 주민과 결혼이민자, 귀화자, 이주노동자, 유학생과 이주배경 청소년이 공장과 항만, 물류와 돌봄 현장에서 일하고 학교와 마을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일시적 체류자나 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라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며 인천의 미래를 만드는 생활주체다.
박찬대 당선인은 모든 시민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그 ‘모든 시민’에는 인천에서 일하고 배우며 아이를 키우는 외국인 주민도 포함돼야 한다. 이주민 정책의 부재는 복지 공약 하나의 누락이 아니라 인천이 어떤 국제도시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도시철학의 문제다. 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과 국제기구가 있다고 저절로 국제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자본과 기업은 환영하면서 외국인 주민을 값싼 노동력이나 지원 대상으로만 대한다면 사람 없는 국제화에 그친다. 진정한 국제도시는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 존엄하게 일하고 배우며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도시다.
민선 9기 인천시정은 다문화가족 지원을 넘어 환대와 공존의 사회통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족, 노동, 교육, 주거, 복지로 흩어진 사업을 묶는 ‘인천형 이주민 사회통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주민 당사자가 정책과 예산 결정에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주배경 아동에게는 한국어교육과 기초학력, 상담, 진로·진학, 학부모 통·번역을 연계한 교육·돌봄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노동상담과 법률지원, 산업안전과 긴급주거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의료·주거·재난·행정 분야에서는 다국어 접근권을 보장하고 AI 통·번역의 오류와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 차별을 막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민의 언어와 음식, 예술과 축제도 관광상품이 아니라 인천의 공동 문화자산으로 존중해야 한다. 외국인 주민 밀집지역에는 학교와 주민자치회, 가족센터, 복지기관, 이주민 공동체가 참여하는 생활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사회통합의 성과도 행사 참가자나 한국어교육 수료자 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가 줄었는지, 주거와 의료 접근성이 나아졌는지, 학교 중도탈락과 차별 경험이 감소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사회통합은 이주민에게 일방적 적응을 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제도와 문화가 함께 변화하는 과정이다.
소서노와 비류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미추홀에 도착한 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늘의 인천에도 전쟁과 가난, 노동과 사랑, 교육과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국경을 건너온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제 인천은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이 도시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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