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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시 : 2024-11-21 11:10: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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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총서 18호 <너와 나의 대화: 상호문화 실천> 출간 https://blog.naver.com/bookclub_yanggu/223667897886
서문: 너와 나의 대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이 싯구는 김춘수의 <꽃>이란 시의 일부이다. 이 시에서는 내가 타자인 그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 즉 호명을 해야 비로소 그가 ‘꽃’이란 단어를 갖고 그 의미를 지닌 좀재임을 표명한다. 그렇다. 나와 그, 나와 너, 나와 타자 사이에서 호명은 양자 간 관계 맺기의 시작이다. 또한 호명은 둘의 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내가 너와 너가 나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호 호명의 관계가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버(M. Buber)는 1923년 『나와 너(Ich und Du)』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은 나로서만 존재하지 못한다고 강조하면서 ‘대화의 철학’이라는 종교적 실존주의 철학을 소개하였다. 그는 인간을 일종의 '사이(between)' 속에서 살아가는, 즉 관계의 존재라고 규정하였다. ‘나’라는 개체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항상 타자와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나-너(I-Thou)' 관계와 '나-그것(I-It)' 관계라고 한다. 이때 '너' 혹은 '그것'은 인간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다. 행위자인 '나'는 타자가 '너'인지 혹은 '그것'인지에 따라 변한다. ‘나-너’ 관계에서는 자신의 전 인격을 기울여 상대방과 마주 대한다. 두 존재가 순수하고 진실하게 만나는 상호적인 대화적 만남으로서 가장 깊고 의미 있는 관계다. 대화적 만남은 관념에 의해 조작되지 않으며 또한 상대방이 객체화되지도 않는다. 인간은 '너'와 대면하는 것에서만 참된 '나'가 된다. 반면에 '나-그것' 관계에서는 상대방이 관념적 표상으로 대상화되어 존재한다. 그 대상이 자신의 관심사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의 측면에서 관계를 맺는다. 이는 자기중심적인 만남이며 일방적인 독백의 만남이다. 우리 저자들은 이 책에서 너와 나, 나와 너의 대화를 위한 상호문화실천을 말하려고 한다. 상호문화실천은 나-너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이다. 우리 한번 대화의 한 종류인 면담이란 개념을 생각해 보자, 면담의 영어는 ‘Interview’이다. 라는 단어는 Inter(~사이에서) + view(보다)로 이루어져 있다. 직역해보면 ‘너와 나 사이에서 보다’라는 뜻이다. 도대체 너와 나 사이에서 무엇을 본다는 말일까? 우선 두 사람이 대화하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면담을 하려면 면담자와 피면담자가 서로 마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마주 보는 상황을 ‘Inter’된 상황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마주 보는 것을 넘어서서,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심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진정으로 Inter되었다고 할 수 있다. 누구 하나가 경계심이나 적개심을 갖고 있다면, 절대로 두 사람 사이에는 함께할 수 있는 공간 ‘Inter’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너와 나 사이에 Inter 공간이 생겼고,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너와 나의 대화’로 단 것은 나와 너의 위치를 바꾸어 너가 주체가 되는, 출발점이 되는 대화를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대화는 너와 나 사이 Inter 공간에 서로의 단어를 채우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씩 너의 단어와 나의 단어가 Inter 공간에 채워진다. Inter 공간에는 서로의 단어들이 많이 채워져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선, 서로의 단어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너와 나의 대화가 우리의 대화가 되고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진정한 대화의 본질이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면담의 본질 아닐까? 상호문화실천은 너와 내가 대화를 하는 상호면담의 행위이다.
[출처] [사회통합총서 18] 너와 나의 대화: 상호문화 실천|작성자 책읽는 마을 용옥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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